생활정보

월급은 그대로 물가는 껑충

여행을 꿈꾸며 2008. 9. 3. 08:25

서울 양재동에 사는 주부 이현주씨(35)는 요즘 가계부 쓰는 것이 두렵다. 남편이 회사에서 받아오는 월급은 지난해에 비해 큰 차이가 없는데 물가는 치솟아 살림살이가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씀씀이를 크게 줄였지만 식료품비와 사교육비, 남편과 자녀의 교통비 등 어쩔 수 없이 지출해야 하는 이른바 ‘경직성 경비’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씨는 “식료품비와 사교육비, 교통비가 큰 폭으로 올라 적자 가계부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8일 경향신문이 통계청의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2인 이상) 가계 지출’을 분석한 결과 도시에 사는 근로자 가구들은 이씨와 같은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비와 사교육비, 교통비 등 경직성 경비 지출이 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올해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292만7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23만8000원) 늘었다. 2·4분기 기준으로 지출 증가폭은 1996년(24만원)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크고, 증가율은 2000년(10.7%)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2·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지출은 모든 항목에서 증가했다. 식료품비는 월평균 62만7000원을 지출해 지난해 같은 기간(57만원)보다 10.0%(5만7000원) 늘었다. 이 같은 지출 규모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63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치다. 우유·달걀 등 낙농품(13.4%), 이유식·커피 등 기타 식료품(12.8%), 고등어·멸치·맛살 등 어개류(10.9%), 곡물·식빵(9.7%)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탓이다.

도시근로자 가구는 올해 2·4분기 입시·보습학원비, 피아노학원비, 독서실비 등이 포함된 보충교육비로 월평균 21만원을 지출해 사상 처음으로 20만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2·4분기에 비해서도 18.6% 늘어 2004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대중교통 요금을 포함한 교통비도 지난해 같은 기간(28만원)보다 13.6% 늘어난 31만8000원을 지출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휘발유·경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개인 교통비는 25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2% 늘어났다.

반면 보건·의료비(1.4%), 교양오락비(2.4%) 지출은 큰 폭으로 늘지 않았고, 가구·집기·가사용품 구입비(-0.7%)는 오히려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2·4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 중반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보건·의료비나 교양오락비, 가구·집기·가사용품 구입비는 감소한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도시근로자 가구의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2분기 연속 웃돌아 적자 가계부를 쓸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78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8.5% 늘었으나 지출 증가율(8.9%)에는 미치지 못했다.

1·4분기에도 소득 증가율(6.0%)이 지출 증가율(9.2%)을 밑돌았다. 2분기 연속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앞지른 것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도시근로자 가구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