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기(2007~현재)

[전남 장성] 몸과 마음까지 치유되는 축령산 편백의 마력

여행을 꿈꾸며 2011. 8. 26. 01:21

편백하면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의 정화작용을 떠올리곤 한다.

올 여름에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춘원 임종국 선생님의 인공림의 성공사례로 알려진 장성의 편백나무숲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여행에서 우리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장성에서는 편백의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사람들의 걸음걸음 마다 건강이 묻어난다.

아토피로 피부를 극적거리며 올라가는 꼬마에서 지팡이를 짚고 올라가는 어르신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오르고 있는 풍경들...

누가 보더라도 자연은 우리에게 건강을 주기에 충분한 공간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몸과 마음의 치유력에 매료된 느낌이다.

 

[조림왕 임종국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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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로 여명이 스며든다. 그 여명은 희망의 빛이다. 한 인간의 영혼으로 만든 빛이다.

그 인간의 혼이 숲속에 깃들어 있다. 그 숲 어디를 가도 그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그는 죽어서도 그 산을, 그 숲을 떠나지 않았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는 그 숲과 함께 했다.

유골을 수목장으로 묻어 그 숲에 바쳤다. 애당초 숲은 없었다. 한 인간이 20여 년간 황무지를 일군 집념의 숲이다.

그의 혼을 바쳐 가꾼 영혼의 숲이다. 한국에 조림의 필요성을 일깨운 선각자의 숲이다.

그 숲이 바로 축령산 편백림과 삼나무숲이다.

 

춘원 임종국 선생은 1915년 전북 순창군 복흥면 조동에서 나주 임영규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순창중학교 3년 중퇴 후 농촌 일을 돕다가  어느 날 선생은 우연히 장성군 덕진리의 인촌 김성수 선생 소유 야산에 쭉쭉 뻗어 자라고 있는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보고 ‘아! 우리 강산에도 이런 나무가 성장할 수 있구나’를 느끼며 한눈에 반해버렸다.
임종국 선생은 1956년 봄부터 본격 조림을 시작했다.일단 사재를 털어 자기소유 임야 1㏊에 삼나무 5,000주를 시험조성하여 성공하자, 용기와 자신감을 더욱 얻게 된다.

알맞은 땅에 알맞은 나무를 골라 심는 임종국식 적지적수 조림을 개발하여 거침없이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어나갔다.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서삼면 모암리, 북하면 월성리 일대 등 100㏊를 추가 매입하고 대단위 조림을 실시했다.
먹을거리도 제대로 없던 시절 조림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 것을 본 주위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기도 했으나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68년엔 전국에 몰아닥친 극심한 가뭄으로 밭작물뿐만 아니라 그가 조림한 나무들이 전부 말라죽을 위기에 처했다. 하나둘씩 말라비틀어져 갔다.
그러나 그는 물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렸다.

물을 구하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물을 구하러 다닌다는 자체부터가 고통인데, 인간이 그 물을 지고 산으로 옮기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겠으며, 또한 고통은 얼마나 따랐겠나. 그래도 그는 계속했다.

그의 어깨는 피투성이였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나섰고, 마을 주민들도 하나 둘씩 감동했다. 급기야 온 마을 주민들이 산으로 물을 지어다 나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주민들 모두 어깨가 온전치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그들은 행복해 했다.

죽어가는 나무를 살려냈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그들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그의 정성에 감복한 나무들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조림면적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의 조림사업은 76년까지 계속됐다.

꼬박 20여 년간을 헐벗은 산 570㏊에 280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울창한 숲으로 가꾼 것이다.

그의 조림사업은 가뭄·수해·돈 문제 등으로 몇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우직할 정도의 끈기와 검소한 생활로 잘 넘어갔다.

그러나 마지막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그 소유의 산과 임야들은 그가 돈을 끌어다 쓴 사채업자와 채권자들에게 넘어가고 만다.

이 중 산림청에서 일부 사들여 오늘의 축령산숲에 이르게 된다.

조림왕 임종국선생은 본인이 가꾼 숲 속 조그만 느티나무 아래에 영면하고 있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이런 풍경들이 펼쳐진다.

주차장옆 한 쪽 편에 편백군락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고 있습니다.

치유에 숲까지 오르지 않을 분들은 주차장 근처에서 산림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즐거운 오후의 휴식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나무야 고마워"를 외치니 "편히 쉬어가렴" 으로 되돌아 오는 것처럼 들리는 것 같다.

 

 

할아버지 어른신께서는 돗자리를 들고 좋은 장소를 물색중이시다.

평편한 자리를 찾아서 어른신이 편안한 살림욕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르신 편히 쉬었다 가세요"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산림욕길을 따라서 계속 이동한다.

 

 

우물터까지는 1.6킬로를 올라가야 한다는 이정표...

아이들은 이 문구를 보는 순간 귀챦이즘에 빠져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코끝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우리를 상쾌하게 하고 있으니 계속 걸어갈 수 밖에 없다.

 

 

계속되는 삼나무 숲길...

저 만치에서는 이른 시간에 편백숲을 오른 이들이 내려온다.

우리는 힘을 내어 올라간다.

아들 녀석이 힘들어서 계속 아빠등에 업어달라고 어린광을 편다.

어린아이가 되어보고픈 심정인 것 같다.

"내려올때 업어줄께" 하고 했더니

"아빠 내 마음에 상처가 생길려구해 "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한 번은 업어주고 나중에 해준다고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주차장에서 1.3 킬로쯤 올라가면 산소숲길 시작점에서 잠시 땀을 식혀가라는 이국적인 쉼터가 나온다 

산소숲길은 오르막길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천히 걷노라면 사람들의 이야기소리...

원시림에서나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소리...

진초록빛의 숲속의 세계로 동화되어가는 우리 자신들을 발견한다.

아이들보고 가슴을 열고 깊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라고 주문을 한다.

둘째놈은 산소로 인하여 배가 아파온다고 장난끼 어린 말을 내 뱉는다.

 

 

이런 산소숲길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너무 아름다운 빛깔로 다고오는 자연속의 풍경들이다.

한결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바로 편백나무에서 품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 성분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병원균이나 해충·곰팡이 등에 저항하려고 나무가 분비할때 나오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를 호흡하면 스트레스 해소와 심폐기능을 튼튼히 할 뿐만 아니라 강한 살균작용이 있어 아토피 피부질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00미터쯤 올라갈때쯤 이정표가 나온다.

우물터가 100미터 남아있다고 알려준다.

아들녀석은 다 온 느낌으로 힘을 내어서 올라간다.

누구라도 여기부터는 다왔다는 안도감으로 힘이 생기는 코스인가 보다.

 

 

우물터에 도착하여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서 물을 퍼 올리니...

너무 차갑다.

간단하게 얼굴을 씻어내어 시원한 피톤치드 바람에 말리니 피부가 탱탱해 지는 느낌이다.

여기서 우리의 몸을 끈적이게 만든 땀을 씻어내는 장소로 안성마춤이다.

 

 

치유의 숲길을 들어서기전 잔듸광장이 나온다.

여기부터 50년이상된 편백나무들이 우리를 반기기 시작한다.

수령 50년  아름드리 편백나무숲이 장관인 장성 축령산이 전국 최대규모의 조림 성공지에서 ‘치유의 숲’으로 변모했다.
수백만 그루의 아름드리 편백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거침없이 쭉쭉 뻗은 장성 축령산(해발 620m) 자락.

아토피염을 앓고 있는 아이를 데리고 온 젊은 부부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치며 숲길을 걷는 가족,

축령산 숲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풍경이다.

 

 

 

 

 

치유의 숲에 접어들면 화장실과 정수된 물을 제공한다.

산책길에 오른 사람들은 어디서 물을 마시는지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안내소에는 안내원이 배치되어 어르신들에게 지팡이를 대여해주고 있고, 의문사항들은 안내를 받으면 될 것 같다.

저기에서 줄서고 물먹으면 된다.

땀 흘리고 물 맛은 참으로 꿀맛이다.

 

 

 

 

 

우리도 평상에 앉아서 바람에 싣려오는 피톤치드의 향기에 흠뻑 젖어본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자연에게 맡기며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 본다.

건강한 느낌이 안드시나요?

 

 

소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주목 등 침엽수에 피톤치드 발생량이 많다.

이 중에서 편백나무의 피톤치드 방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 시간대가 가장 활발하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삼림욕의 명소로 부각되며 ‘건강’을 위해 축령산 편백나무숲을 찾는 이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아들에게 몸의 치유를 받았다고 했더니

마음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고...

어디가 치유되지 않았냐? 고 묻자

아빠가 업어주기로 한 것을 잃어버려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나는 아들녀석을 업고 내려오면서 아들의 마음까지도 치유해준 숲의 고마움을 새삼 되새겨본다.

오늘은 몸과 마음을 치유한 편백이 너무 나도 소중한 존재로 자리 매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