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

차갑게 마시는 와인의 유혹

여행을 꿈꾸며 2008. 7. 12. 20:31


차갑게 마시기 좋은 ‘착한’ 화이트와인들, 호텔 소믈리에 5명의 추천

와인을 겉멋 부리는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 동서양에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영미 언론에 ‘와인 속물’(wine snob)이란 표현이 종종 등장하는 걸 보면 말이다.

가령 2006년 5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스포츠면을 보면, 크리켓 선수와의 인터뷰에서 이 말이 나온다. 기자가 좋아하는 음료를 묻자 선수는 “레드와인을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와인 속물은 아니다. 그냥 테스코(영국 할인점)에 가서 통들이 와인을 산다”고 답한다. 올 5월 <뉴욕 타임스> 요리면에도 등장했다. 와인 칼럼난에 음식 저술가 로빈 골드스타인이 쓴 <와인 재판>(The wine trials)이 소개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 1.5달러에서 150달러까지 540종류의 와인을 블라인드 테스트(상표를 가리고 평가하는 것)한 결과를 공개했다. 2달러짜리가 150달러 와인보다 높게 평가받는 등, 저가 와인이 종종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실험 결과는 몇몇 와인 속물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평균적인 와인 애호가들은 기쁘게 할 것”이라고 썼다. 이들 보도에서 ‘와인 속물’은 ‘맛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무조건 비싼 걸 마시거나 이를 과시하는 사람’정도로 쓰인다.

후식과 어울리는 모스카토 다스티 안단테

가격이나 라벨에 대한 선입견 없이 와인을 고를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와인 속물은 아니다. 이런 열린 마음을 갖고 마트에 갔다면, 레드와인이 아닌 화이트와인 판매대에 서 보자.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방법이 거기 있다. 일본의 레드와인 열풍에 영향받은 탓인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화이트와인은 그저 ‘단 와인’정도로 취급된다. 그러나 화이트와인도 당도와 산미에 따라 다양한 맛이 있다. ‘고기는 레드와인, 해산물은 화이트와인’이라는 속설과 달리 거의 모든 음식과 궁합도 잘 맞는다. 또 저렴한 가격대에도 훌륭한 맛을 내는 제품이 많다. 이 때문에 <와인 스캔들>의 저자 박찬일 요리사는 무더운 여름 이탈리아에서 얼음을 동동 띄워 마셨던 값싼 화이트와인을 최고의 맛으로 기억했다.

서울 호텔 다섯 곳의 소믈리에로부터 마트·백화점에서 판매되는 1∼2만원대의 값과 맛이 모두 ‘착한’ 화이트와인을 추천받았다. 격식은 버리고,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하면서 10˚C로 차갑게 한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 르네상스 서울 호텔 레스토랑 ‘토스카나’ 김용현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화이트와인

모스카토 다스티 안단테 : 달콤한 맛에 살구나 복숭아 같은 과일향이 은은하게 풍긴다. 발포성 와인이므로 여름에 즐기기 좋다. 식전 건배용 혹은 식후에 가볍게 즐기기 좋다. 달콤한 음식과 좋은 궁합이어서 케이크 등의 후식과 같이 즐길 만 하다. 보통 화이트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3도 안팎인데, 모스카토 다스티는 약 5도로 초보자가 즐기기에 적합하다.(소매 1만5000원. 수입사 에프엘코리아)

에라주리즈 에스테이트 샤르도네 : 과일향이 풍부하며, 바닐라향 또한 느낄 수 있다. 익힌 해산물과 잘 어울릴 만한 와인이다. 중간 정도로 드라이한 맛을 낸다. 초보자들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소매가 약1만5000원, 수입사 신동와인)

열대성 과일향의 도멘 오리엔탈 샤르도네

⊙ 호텔 리츠칼튼 서울 레스토랑 ‘더 가든’ 은대환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화이트와인

제이콥스 크릭 샤르도네 : 오스트레일리아 최고의 와인 생산지 중 한 곳으로 바로사 밸리에 있는 와이너리에서 생산한다. 호주 와인 중 수출 1위를 자랑하듯 가격이나 규모면에서 엄청난 우위를 점한다. 샤르도네 특유의 열대과일향이 풍부하면서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파스타나 생선요리와 함께 즐기기에 부담 없다.(소매 1만4500원, 수입사 진로발렌타인스)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 소비뇽 블랑 : 칠레를 대표하는 콘차 이 토로에서 생산하는 여러 제품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다. 소비뇽 블랑 특유의 상큼함과 풀 향기가 특히 젊은 여성들이 즐기기 좋으며, 악마의 저장고라는 의미의 브랜드 유래도 흥미롭다. 샐러드부터 가벼운 해산물 요리까지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소매가 약2만1000원, 수입사 카브드뱅)


⊙ 서울가든호텔 레스토랑 ‘라 스텔라’ 윤희덕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화이트와인

도멘 오리엔탈 샤르도네 : 바닐라와 커피의 향을 느끼게 하며 잘 익은 사과·배, 그리고 열대성 과일 향기·꽃향기·바닐라맛을 느낄 수 있어 초보자들이 즐기기에 제격이다.(소매 약1만8000원, 수입사 극동와인)

도멘 라렁드 샤르도네 : 풍부한 과실향 및 조화된 신맛과 더불어 입안을 감도는 부드러운 터치에서 길게 여운을 남기는 뒷맛을 가지고 있어 맛의 균형이 잘 이루어진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초보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진한 맛보다는 가벼운 맛과 상큼한 향이 더해져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소매 약 1만9000원, 수입사 극동와인)

⊙ 웨스틴조선 호텔 레스토랑 ‘베키아 에 누보’ 김혜령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화이트와인

식스센스 블랑 : 처음에는 아카시아향과 감귤향이 나면서 10∼12도에서 차갑게 마시면 청량감과 신선한 과일을 머금은 맛이 난다. 오리엔탈 치킨샐러드나 냉채요리에 곁들이면 더욱 좋다.(소매 약 1만5000원, 수입사 까브드뱅)

산타 헬레나 레제르바 샤르도네 : 구운 토스트향과 버터향이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풍부한 질감이 느껴진다. 너무 가볍지 않아서 식사와 함께 들면 좋은 와인이다. 크림소스가 곁들여진 스파게티나 구운 농어 요리와 잘 어울린다.(소매 약2만원, 수입사 레뱅드매일)

바닷가에서 더없이 좋을 ‘파란 수녀님’

⊙ W서울워커힐호텔 김제읍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화이트와인

블루넌 화이트 : 푸른 바다의 색을 닮은 병과 신선한 향미가 여름 와인으로 제격이다. 국내에서 독일 화이트와인 중 판매 1위이며, ‘파란 수녀님’이라는 별칭으로 모든 사람들의 화이트와인으로 인식되어 있다. 여름 바닷가를 놀러갈 계획이라면 갖고 가기 더없이 좋을 것이다.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소매 1만3500원 ,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

사티넬라 : 세미 스위트의 스페인 와인이다. 여행지 계곡물에 시원하게 담근 뒤 제철 과일과 함께 마시면 과일의 향미를 더욱 돋운다. 여행지에서의 하루를 끝낸 후, 친구들과 오순도순 모여 사티넬라 한잔과 과일을 함께 곁들이면 하루의 피곤이 가신다.(소매 1만9000원, 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