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

[스크랩] 태국사람들은 바퀴벌레 튀김을 즐겨먹는다

여행을 꿈꾸며 2008. 7. 9. 10:46

썸냥의 양손 가득  물건이 가득찼다. 삽과 2개의 형광등, 커다란 대야 2개, 김장용 비닐봉지, 기다란 막대기 2개와 전선뭉치...이번에는 그의 눈빛을 보아도 의도를 알수 없었다.나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썸냥을 바라봤지만, 썸냥은 계속해서 '써니 깜온~' 만 외쳤다.


썸냥이 두손가득 들고 있던 2개의 형광등, 커다란 대야 2개,
김장용 비닐봉지,
기다란 막대기 2개와 그리고 전선뭉치

"추어이 다이마이카?(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어봤지만 "마이뺀라이(괜찮아~문제없어~)" 라고 대답하며 함께 나가자고 했다.

썸냥은 용도를 알수 없는 물건들을 양손 가득 들고 부엌 뒷문을 통해 뒷마당으로 나간뒤 고무나무 숲을 향해 걸어갔다.나는 영문도 모른채 손전등 하나들고 썸냥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한 400m쯤 걸었을까? 썸냥이 멈춰섰다. 시골의 밤은 무서웠고 불빛은 희미했으며,  썸냥의 집은 더욱 멀게만 보였다.

그는 삽으로 땅을 고른 뒤, 막대기 하나를 집어들어 땅속 깊숙이 튼튼하게  박고, 또 다른 막대기 하나를 어깨 넓이만큼  띄어서 박았다 .그리고 그 2개의  막대기에 끈으로 형광등을 단단히  묶고, 그는  또 다시 김장용 비닐만큼 큰  봉지를  양쪽 막대기에 펼쳐 묶었다.그리고 나서  막대기가 땅에 튼튼하게 박혔는지,형광등은 잘 묶였는지, 다시 확인한 후 형광등과 전선을 연결했고, 등에서는 보라색 빛이 흘러나왔다. 나는 영문도 모른채  그냥 그렇게 옆에서 말없이 막대기를 잡고 서있었다.


용도를 알 수없는 요상한 설치물

고무나무숲에 나무 막대기와 보라색 등, 김장비닐봉지...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가 없었다. 그러더니  썸냥이 갑자기 집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따라갈 생각도 못하고,썸냥을 불렀다.

"써엄~냥~~빠이나이카~~?(어디가요~~)"

러브레터 여자주인공이 눈밭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던 그 모습 그대로 나는 고무나무 숲에서 썸냥을 불렀다.썸냥은 뒤도 안돌아 보더니 기다리라는 의미의 손짓을  했다.

나는 고무나무숲에서 보라색 자외선 형광등이 거꾸로 박힌 막대기를 양손으로 붙잡고 썸냥을 기다렸다.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 머리 속은 텅비고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불교신자가 95%인 태국에서 혹시 썸냥은 외계인을 섬기는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들었다.그 당시에 나는 로스웰, 스몰빌 같은 미드(미국드라마)에 푹 빠져 있던 터라 나의 상상력은 극에 치달았다.

썸냥이 나를 불빛 한점 없는 고무나무 숲으로 끌고 나와 용도를 알 수 없는 요상한 설치물을 만들어 놓고 외계인을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온갖 상상을 하다가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는데, 멀리서 썸냥이 이번에는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 뛰어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 섬뜩했다. 친구들이 말하길, 사이비 종교에서는 목욕으로 의식을 치룬다던데 혹시?...


썸냥을 기다리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썸냥은 보라색 형광등을 묶은 막대기, 그 가운데  비닐봉지를 사이에 두고 물이 가득한 대야  2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손바닥을 탁탁 털더니 대뜸 "피니쉬!~고!"를 외친다. 나는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채 썸냥과 함께 고무나무 숲을 지나 모두가 잠들어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날 밤, 온갖 흉측한 미스테리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하며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썸냥의 부인인 니타야를 보자마자 달려갔다.

"니타야 당신 남편 썸냥이 정말 이상해~어젯밤에 썸냥이...." 하면서 그의 이상한 행동을 일러바쳤다.그러자 니타야는 웃으며 그 요상한 설치물에 대해 차례차례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

 " Fried cockroach for breakfast~~for you~"

이게무슨 소리야? 아침으로 튀긴 바퀴벌레를? 나를 위해서?

그랬다. 나는 그날 밤 외계인과의 교신을 한게 아니라 바퀴벌레를 잡기 위한 덫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바퀴벌레가 어둠속에서 보라색 빛을 �아 날아오다가 커다란 비닐에 부딪히면 기절하게 되고, 물이 가득차 있는 대야로 떨어진다.

날개가 젖은 바퀴벌레는 다시 날지못하고 물에서 죽는다. 익사한 바퀴벌레를  물에서 건져서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팬에 넣어 튀기면 맛있는 바퀴벌레 튀김이 되는것이다. 니타야의 설명을 다 들은 후 그날 밤 왜 썸냥이 나를 데려갔는지 알았다.

예전에 맥주 안주로 번데기가 나왔을 때 손사래치는 유럽애들과 다르게  짭짭거리며 너무 잘먹는 나의 모습을 보고 썸냥은 매우 흐믓해 했다고 한다. 그는 태국 음식을 좋아하는 내가 좋다고 니타야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 이후로 썸냥은 시장에서 사온 음식이 아닌  직접 잡은 싱싱한 벌레를 내게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다.

음식은 문화를 포함한 모든것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음식이든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번데기도, 개구리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항상 잘 받아먹었는데, 결국 바퀴벌레까지 발전한 것이었다. 바퀴벌레는 징그럽지만 썸냥의 마음만은 나를 찡하게 했다.

니타야와 이야기 하고 있는데 썸냥이 나타났다.

"굿모닝, 써니 깜온~"  
"썸냥~굿모닝~"


전날밤과 사뭇다른 평화로운 고무나무숲 가는 길


뒷마당을 가로질러 고무나무숲에 다다랐을 � 대야 가득 동동 바퀴벌레가 떠있는 게 보였다. 내가 생각했던 바퀴벌레보다는 훨씬 커서 찡그러져는 얼굴을 간신히 참을 수 있었지만 아직 죽지않고 살아서 바둥대는 바퀴벌레를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건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득찬 대야를 보며 나를 흐믓하게 바라보는 썸냥의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나도 얼굴가득 웃음을 머금었다. 맨손으로 둥둥 떠다니는 바퀴벌레를 건져 낸 후 어젯밤의 설치물을 해체하고 바퀴벌레 한바가지를 들고 썸냥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간밤에 익사한 바퀴벌레들은 이런모습이었다.


뜨겁게 달군 팬에 물에 젖은 바퀴벌레를 넣었다. 치~~~익 하면서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났다.물기가 없어지자 기름을 약간 부었다.바퀴벌레가 '틱~틱~톡~톡' 튀겨지고있었다. 바퀴벌레라는 것을 몰랐다면 먹음직스럽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정도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고소한 냄새가 났다.


요리하는 니타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요리된 바퀴벌레들

 

그날은  튀긴 바퀴벌레,  Sticky Rice와  썸담 (파파야샐러드)이 아침 메뉴였다.Franzi는 아침메뉴를 슬쩍 보더니 나에게 바퀴벌레를 먹는 것은 위장병과 알레르기의 위험이 있다고 충고하며 커피와 식빵을 들고 마당으로 나가버렸다. 하지만 다양한 음식 문화를 존중하는 한 사람으로서 혼자서라도 바퀴벌레와 상대해야했다.


아침메뉴인 Sticky Rice와  바퀴벌레,그리고 썸땀(파파야 샐러드)

니타야가 바퀴벌레를  먼저 먹는모습을 보여주었다.

하나, 날개를 잡는다.
,바퀴벌레를 몸통을 띄어 먹고 날개는 버린다.
, Sticky Rice와 함께 아작아작 씹어먹는다.

니타야와 썸냥 그리고 그들의 세 아들들의 기대앞에 나는 바퀴벌레 다리한짝을 뜯어 물었다. 바퀴벌레를 혀위에 올려놓고, 삼킬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들의 눈빛에 압도되어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들이 기다렸던 한마디를 뱉어냈다.

"아로이~~~카(맛있어요)"

그들은 나의 한마디에 모두들 기뻐하며 숟가락을 들었고, 즐거운 아침 식사는 시작되었다. 삼킨 바퀴벌레 다리가 배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그들의 미소에 소름도 스스르 사라졌다. 이른아침 오고가는 대화속에 이빨사이로  삐져나온 바퀴벌레 다리를 보자 웃음이 났고, 그날밤의 외계인과의 교섭과 바퀴벌레 사냥사이의 미스테리는 끝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