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 이야기

[스크랩] 나눔이 준 선물...최은진 봉사의 여왕

여행을 꿈꾸며 2009. 9. 4. 12:56
 
 
 
 
 
 

삼성증권 최은진 대리 5년째 삼남매 후원
여름휴가땐 네팔로 해외봉사…봉사의 여왕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 머리 묶어줬더니 며칠째 안바꾸던 큰 눈망울의 써니(8세),

폴라로이드 사진이 생애 첫 사진이라며 유난히 부끄러움을 타던 안예타(9세).

최은진(32) 삼성증권 반포지점 대리는 사진 속에 있는 40명 가량의 아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또 웃고 있다.

네팔에 다녀온지 일주일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생생하다.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왔는데…

우리가 떠난지도 모르고 숙소 앞에서 기다리진 않을까… 맡겨둔 운동화는 잘 전달됐을까…'

행복한 여름 휴가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이다.

최 대리는 이번 여름휴가(8월20~27일)를 네팔 카트만두 쓰리버이럽너스 학교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벼르던 해외 봉사 활동을 회사의 도움으로 다녀왔다.

휴가를 반납하고 자비를 털어 함께한 동료들에게서 '나눔 바이러스'를 새삼 느꼈다.

"제가 이번 해외 봉사 활동을 제안했거든요. 엄청난 시차에 찌는 듯한 더위에, 일은 또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런데 처음하는 봉사임에도 화내는 사람, 얼굴 한번 찌푸리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게 바로 나눔이 주는 힘인 거죠"

최 대리와 동료들은 내년에도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약한다.

아직은 감흥이 채 가시지 않은 터라 이번에 했던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마술, 태권도 교육, 한국음식만들기,

물로켓 외에 더 새롭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넣자는 제안도 잇따른다. 다음엔 같이 가겠다는 동료도 많다.

사람일이 그렇 듯, 시간이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갈테고 아이들과 동료들의 마음에서도 그날의 기쁨과 오늘의 다짐이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최 대리는 안다. 자신이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면 아이들과의 나눔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요셉이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 최 대리는 결혼도 안한 미혼임에도 세 아이의 엄마를 자처한다.

요셉이는 그의 막내 아들이다. 요셉이가 6살때 만나 지금 초등학생이 됐으니 벌써 5년째다.

그 사이 우근이와 다솜이라는 아들, 딸이 더 생겨 어엿한 4인 가족을 이뤘다.

요셉이는 최 대리가 2004년 삼성그룹 어울리기 봉사단체에 가입해 첫 봉사활동을 나가 만난 첫 짝꿍이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가 시설에 맡긴 뒤 찾아가지 않는 아이였다. 말이 없고, 말을 참 잘 들었다는 게 최 대리가 기억하는 첫 인상이다.

몇 번의 만남에도 뭐 하나 사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요셉이가 학교에 가면서 미취학 아동들이 모여있는 시설에서 취학 아동 대상의 다른 곳으로 옮겨졌지만,

최 대리와의 인연은 계속됐고 이제는 엄마라고 부를 정도가 됐다. 1회성 봉사는 안된다는 최 대리의 신념 덕분이다.

그러다 우연찮게 요셉이의 친 형제들이 같은 시설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삼남매의 후원자가 됐다.

어리다보니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형제는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 점차 가족애를 깨달아간다.

어른스럽기만 하던 요셉이는 형과 누나를 만나 이제야 막내다워졌고, 웃음도 많아졌다.

같은 곳에 있지만 형제라고 함께 생활하게 하지 않는 게 기관의 규칙이다.

그게 가슴 아픈 최 대리는 자신을 만나는 날만이라도 형제들끼리 만나 추억을 함께 만들고 싶다.

그래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만나서 영화 보고, 밥 먹고, 수다를 떤다. 가끔 우리에겐 너무 당연하지만, 그 아이들에겐 어려운 찜질방 가기 등을 기획하기도 한다.

갖고 싶은 것도, 필요한 것도 많을 거라는 걸 알지만 선물은 생일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가족끼리 아무 때나 선물하지 않잖아요?"

요즘은 계획도 생겼다. 큰 아이 우근이가 몇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설에서 나오게 되면 자립해서 동생들을 챙기고, 함께 살게되는 날을 상상한다.

자신이 결혼을 하더라도 이 아이들만큼은 옆에 있어줘야겠다는 결심도 한다.

아이들 찍어주기만 바빠 모두 모여 있는 사진 한장 없었는데 얼마 전엔 가족 사진도 봉사단체의 도움을 얻어 스튜디오에서 찍었다.

가족사진이 생기니 감회가 남다르다.

돌아보면 훌쩍 자란 아이들만큼 자신도 자랐다.

아이들을 만나고 오면 스스로 더 열심히 살고, 모범을 보여야 겠다고 다짐한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도, 어려운 사람도 많다는 긍정의 힘도 배운다. 돈이 왔다갔다하는 증권사 창구에서 일하다보니

날카로운 손님도 많이 만나고 '있는 사람이 더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대할 수 있는 힘의 원천도 이 아이들이다. 받는 게 더 많다.

이러다보니 몸은 자연스레 따라갔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중급 수화자격증도 취득했고, 적십자사에서 응급처치 교육과정도 수료했다.

시각장애인과 볼링을 치고 소년소녀 가장과 점토공예를 함께 했다. 볼링 대회에서 알게된 시각장애인 친구의 결혼식에도 다녀왔다.

아름다운 가게나 경제증권교육 등 회사의 봉사 행사엔 빠지지 않는다.

물론 자신을 나눔의 세계로 이끈 굿네이버스 후원금도 10년째 계속내고 있다. 후원 아이가 성장해 다른 아이로 3번이나 바뀌었다.

최 대리는 기회가 없고 방법을 몰라서 나눔이 어렵지, 기회가 생기고 방법을 알면 쉽다고 했다. 마음만 앞선 나머지 한꺼번에 많은 돈을 내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같이 보이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돈에 주말 여유시간 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노란다.

자신도 바쁘고, 계산적이고 냉정하다는 이미지가 강한 증권회사에 다니면서도 5년 이상 봉사를 꾸준히 해올 수 있었다.

갓 입사했을 때 회사 선배가 아동후원단체인 굿네이버스에 매달 후원금을 내는 걸 보고 동참했던 것처럼 이끌어주는 계기만 있으면 된다고 최 대리는 강조한다.

이번 네팔 봉사활동이 그 첫번째 단추다.

이참에 삼성증권 내에 봉사활동 동호회를 만들 계획이다.

부끄럽지만 어차피 '봉사의 여왕'으로 알려지고 나서게 된 이상 마음만 가지고 있는 많은 직원들과 자주 함께 하기 위해서다.

주변에서는 회사내 봉사 담당 부서로 옮기라고 하지만 손사래를 친다. 취미가 아닌 일이되면 봉사는 더이상 즐겁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나눔은 중독성이 강해요. 나눔이 또 나눔을 낳구요. 하다보면 취미가 되고 특기가 되죠.

제 주변에 저보다 더 많이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꾸 봉사로 알려지니 부담스럽네요"

부모님한테는 못하면서 아이들 후원한다는 얘기 들을까봐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최 대리.

이거 나가면 집에서 시집은 안가냐는 말 나올 것 같다고 걱정하는 모양새가 딱 그 나이 아가씨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