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 이야기

<서정희의 주님> 책속의 이야기

여행을 꿈꾸며 2008. 9. 25. 18:09

자궁적출수술 후 가슴종양까지… 서정희가 아름답게 사는 법

2008년 9월 25일(목) 오후 4:45 [레이디경향]



완벽한 내조를 하는 서세원의 아내, 웬만한 주부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똑 소리 나는 살림꾼, 딸과 아들을 해외 명문대에 합격시킨 교육열 강한 엄마, 세월이 비켜간 듯한 아름다운 외모, 매일 아침 무릎 꿇고 삶을 참회하는 신앙인. 서정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모습들이다. 최근「서정희의 주님」이라는 책을 펴내고, 조용히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서정희. 그녀가 말하는 28년 동안 내가 악착같이 ‘가정’에 대해 집착했던 이유.

가족과 대화하는 방법은 ‘메모와 편지’

올해 나이 48세, 결혼 28년 차. 남편 서세원과의 사이에 스물여섯 된 딸 동주와 스물셋 된 아들 미로(본명 서동천)를 두고 있는 서정희. 실제로 보니 정말 동안(童顔)이다. “여전히 미인이시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저 많이 늙었어요. 그런 소리 들으면 이젠 정말 민망하고 창피해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최근 그녀는 「서정희의 주님」이라는 종교서적을 출간했다. 과거 ‘인테리어’와 ‘살림법’에 관련된 책들을 출간한 적은 있지만, 이같이 일기 형식의 종교 서적은 처음이다. 매일 아침 ‘묵상’을 하면서 썼던 수십 권의 노트가 우연히 온누리교회의 하용조 목사의 눈에 띄어 출간까지 하게 됐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그동안 제가 힘들 때마다 ‘묵상’을 통해서 일기 형식으로 써놓았던 노트를 엮어서 만든 것뿐이에요. 전 그 노트가 자식들과 남편에게 ‘유산’으로 남겨지길 원했어요. 집이나 보물을 물려주기보다는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정리해 남겨주고 싶었던 거죠. 아이들이 ‘노트’를 보면서 엄마의 진실된 모습을 알게 되길 바랐어요.”

서정희가 묵상을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그걸 글로 쓴 것은 2006년부터다. 책에는 2006년부터 2007년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서정희가 가족과 대화하는 방법은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바로 ‘메모’와 ‘편지’가 그 방법. 매일 남편이 출근할 때마다 메모를 써서 주머니에 넣어주었고, 아이들에겐 편지를 썼다. 남편 서세원은 집에 들어와서 아내가 쓴 묵상 노트를 펼쳐 보면서 아내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실, 묵상을 하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더욱 좋아졌어요. 남편과 같이 노트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거든요. 제가 매일 묵상을 하면서 얻은 ‘열매’는 바로 남편이에요.”

‘고난’ 때문에 얻은 남편, 더욱 사랑할 터

사실 그동안 서세원·서정희 부부에게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서세원이 연예계 비리에 연루돼 경찰과 검찰을 오갈 때, 온갖 악성루머가 가족을 뒤흔들었다. 서정희는 세상과 사람들이 너무 무서워 집 안에서 벌벌 떨며 불을 켜지도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고난’ 때문에 가족을 얻고, 남편을 얻었다고 했다.

“보통 부부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워지면 헤어지잖아요. 전 그런 어려움을 극복한 것에 대해 ‘대견’하게 생각해요. 저는 남편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아요. 그냥 끊임없이 격려하고, 남편을 이해했어요.”

서정희는 남편을 세워주는 지혜로운 아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자녀들에게도 늘 지혜로운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매일 기도를 통해 훈련한 덕분에 남편과 자식 옆에서 참고 기다리는 아내와 엄마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 사는 데 어찌 부부싸움이 없을 수 있을까. 일상의 사소한 것부터 말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성격이 너무 다른 두 부부. 그냥 양보하는 게 상책이었다.

“저는 성품이 정적이고, 규칙적이면서 생활 속 정리 정돈이 철저해요. 반면 남편은 즉흥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죠. 가끔 의견 충돌이 생기면, 일단 서로 양보해요. 그래서 큰 싸움으로 번져본 적이 없죠. 특히 제가 남편을 더 헤아리려 노력해요. 전 남편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 아니면 세상 누구도 남편을 받아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부인 서정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남편, 서세원. 남편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녀. 남편은 자신의 사랑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정희는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저희 부부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커지는 걸 느껴요. 가끔 ‘죽을 때는 어느 정도까지 사랑하게 될까’라고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해요. 우리 가족에게 고난이 찾아온 뒤에 더욱 남편을 사랑하게 됐어요. 고난이 우리 가족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줬거든요.”

과거에는 문자 메시지도 잘 보내지 않던 남편이 이제는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하루에도 수차례 보낸다. 주변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여줘도 믿지 않을 정도다.

중년의 부부가 같이 골프나 등산을 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서세원·서정희 부부처럼 신학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신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는 이들 부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숙제도 하고, 시험 공부도 한다. 과거에는 서정희가 남편에게 기도를 해줬는데, 이제는 남편의 기도를 들으면서 잠이 든다. 그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행복이다.

자궁수술 후, 4년 만에 가슴종양 생겨

28년 동안 남편과 아이들을 뒷바라지하면서 건강에도 하나 둘씩 이상 신호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자궁에 큰 근종이 생겨서 결국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몸의 이상보다 더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건 바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유언비어들’이었다.

“자궁수술을 하고 혈액이 부족해 남들보다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었어요. 그때 ‘정신병자다’, ‘이혼한다더라’ 등의 괴소문들이 나돌았어요. 그런 말들이 어찌나 제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저는 분명히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해 있었는데, 왜 확인도 하지 않고 그렇게 기사를 쓰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됐어요.”

와튼스쿨에 입학해 화제를 일으킨 서세원·서정희 딸 서동주.
이런 소문들에 서정희는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해명을 하려고 하면 본의 아니게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도 싫었다. 그냥 혼자 오해를 받는 게 오히려 편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오해와 소문은 점점 베일을 벗고 진실로 드러나게 됐다.

자궁수술 이후, 4년 만에 이번에는 가슴에 종양이 생겼다. 처음에는 암인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밝혀져 제거 수술은 받지 않아도 된다. 대신 2개월에 한 번씩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특별한 자식교육법? 그냥 지켜만 볼 뿐!

서정희의 딸 동주는 미국 MIT를 졸업하고, 오는 9월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박사과정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유학했던 아들 동천은 ‘미로밴드’를 결성해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연예계 가족의 대를 잇고 있다. 이렇게 두 자녀를 모두 해외 명문대에 보낸 서정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교육 방법’을 궁금해했다.

이를 두고 서정희는 “옆에 있어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고 말한다. “사실 가족이 고난에 휩싸여 힘들어할 때, 오히려 우리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기쁘게 해주려고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제가 해준 일이라고는 옆에서 기도해준 것밖에 없어요.”

딸 동주가 중학교에 간 이후로는 한 번도 ‘공부해라’라고 말해본 적이 없다. 다만, 좋은 책이 있으면 먼저 사서 읽어보고 딸에게 꼭 추천을 해줬다고. 어느 날 딸이 “엄마는 어쩜 그렇게 약속을 잘 지키냐”고 신기하듯 묻더란다.

서정희와 딸 동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다. 이번에 낸 책 역시 동주와 둘이 만든 거나 다름없다. 책 속의 사진들은 모두 동주가 찍었다.

“렌즈는 감정이 없잖아요. 그런데 딸이 찍는 사진이 모두 예쁘게 나오는 거예요. 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딸이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느껴져서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집에서 편하게 가족이 풍선을 불기도 하고, 아들 동천이가 돗자리를 펴서 조명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 모든 것이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특히 동주는 사진을 찍으면서 엄마의 잠재된 끼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고 한다. ‘엄마는 그 많은 끼와 열정을 어떻게 다 참고 살 수 있었느냐’, ‘어떻게 철저히 아빠와 자식을 위해 살 수 있었느냐’고.

책을 출간하면서 딸 동주가 연출하고 찍어준 사진들.
딸의 이런 물음에 서정희는 “연예인으로서의 삶보다 동주·동천의 엄마, 서세원의 아내로 사는 게 훨씬 더 행복했다”고 답했다. 아직도 혹자들은 19세, 너무 이른 나이에 서세원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28년 동안 아내로서 만족하고 살아왔다.

“내가 연예인의 삶을 살았다면, 아이들 키우면서 잘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 적 있어요.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전 청소하는 게 즐겁고, 살림이 적성에 맞거든요. 어릴 적 꿈꾸었던 이상적인 엄마와 아내가 되고 싶은 꿈을 모두 이뤘어요.”

불우한 어린 시절, 내가 가정에 집착하는 이유

서정희는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때문에 4남매를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는 바쁜 어머니를 대신한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서정희는 늘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고, 친구들의 엄마를 부러워했다.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집에서 ‘홈드레스’를 입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반겨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서정희는 자신이 가정에 악착같이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기인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앞으로 그녀의 꿈은 ‘가정 사랑 전도사’가 되는 것이다.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아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것. 과거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줘도, “고생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무엇을 알겠느냐”는 반응을 들었는데, 힘든 시간을 겪고 난 이후로는 좀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깊이 다가설 수 있게 된 것 같다.

“가정에서는 엄마의 역할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건강한 가정이 되기 위해서 자녀들에게 편지로 대화를 시도하고, 남편에게 문자 메시지 보내는 연습을 하는 거죠. 집에서 가족이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가정 본연의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행복한 가정 카운슬러 혹은 멘토처럼요.”

간혹 사람들은 서정희의 외모를 두고, ‘보톡스를 맞았을 거야’, ‘성형수술을 받았대’, ‘주름은 없애겠지’라고 입방아를 찧곤 한다. 하지만 정작 서정희는 외모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이 예쁘게 봐주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못생기게 봐줘도 그 역시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이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때문에 2개월에 한 번씩 염색을 해야 하고, 자꾸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돋보기를 낀 채 책을 읽어야 하지만, 세월이 주는 불편들은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늙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과거에는 ‘좀 더 예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냥 편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그저 세상 사람들에게 좀 더 편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오늘도 간절히 소망한다.

■글 / 김민주 기자 ■사진 / 이성훈, 서정희 제공